90년대초 한국에서 이민온 한 부부는 시카고 서버브에 19만불 짜리 집을 사면서 드디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은행에서 15만불 융자를 얻었습니다. 90년대 미국경제호황 속에 2000년에 들어서자 집의 가치가 35만불로 뛰었습니다. 그러자 그당시 “똑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랬듯 그들의 비즈니스를 더 키우고 아이들 학비를 내기 위해 10만불을 에퀴티 라인오브 크레딧으로 뽑아 썼습니다. 자 이제까지는 누구나 하던 일 아닌가요. 아무 문제 없어 보입니다.
그러곤 갑자기 생각도 못했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주택시장은 한순간에 붕괴되었고 경제는 얼어붙었습니다. 2009년 부부는 손해를 계속하던 비즈니스를 닫았습니다. 모기지를 갚기 위해 그동안 모아두었던 저금액을 쓰며 힘겨운 생활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마침내 모아둔 돈이 다 떨어지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던 것도 끝이 나자 집을 이제 팔아보려고 했지만, 집은 엄청나게 떨어진 22만불의 리스팅 가격에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제 모기지는 6개월이 밀렸고, 빚만 28만불을 진 부부는 은행으로부터 차압경고만 계속 받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부부는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아직 조금이라도 은행에 돈이 있을 때 그냥 집에서 나와야 했을까요? 다시말해 모기지를 값기 위한 더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고 그냥 고의로 페이먼트를 정지해야 했던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 상반된 두가지 입장이 있습니다. 어딘가에라도 최소한도로 살아갈 재산을 확보한 상태로 우선 집에 대한 모기지 지급을 그만두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는 입장이 그 하나입니다. 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모기지는 도덕적인 약속이 아니라 법적인 계약일 뿐이다. 법률적인 계약인지라 빌린 사람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은행은 집을 차압하고 이를 경매로 팔아 생긴 금액이 원래 남은 모기지 금액보다 작으면 원래 빌린 사람에게 청구하는 판결문을 받게 되어 있으니 은행은 그걸로 된 것이다. 뭐 이런 입장이죠. 계약은 누구나 위험부담을 안고 하는 것이니 은행은 모기지 못낸 사람으로 인해 위험이 현실화 된 것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모기지 지급을 그만두는 것은 신용사회인 미국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훗날 집을 살수도 없게 되고, 그러면 주택소유자로서 얻는 절세혜택도 없게 된다고 말합니다. 또한 어떤 주들에서는 은행등 모기지 렌더가 아주 오랫동안 심각하게 부족한 금액에 대한 판결문에 의거하여 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 결국은 미국에 사는한 지급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다소 윤리적인 접근이긴 하지만, 모기지 미지급으로 인해 미국 주택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이죠.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위에 말씀드린 부부의 경우처럼 은행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경제적인 자산을 다 소진하고 심지어 빚을 더 지면서까지 모기지를 페이하는 것이 좋았던 일일까요. 아니면 앞서 말한 첫번째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부부의 그간의 처리는 정말로 멍청한 짓이었던 것일까요.
글쎄요. 어디나 쉬운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미국역사상 위대한 작가중의 하나인 헨리 소로우는 무려 150년전에 쓰인 그의 책에서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사람이 집을 소유한게 아니라 집이 사람을 소유한 것이라고. 제 생각에는 19세기 중반보다 21세기 초반인 지금이 더 이 말이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