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민온 분들은 파산이라는 절차를 거의 인생이 끝나는 것과도 같은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하여 파산을 신청하면 개인재산을 모두 빼앗기거나 집에 실사를 나온다든지 하는 장면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파산심사가 까다롭지 않은 미국에서는 사실 전문가가 보기에도 조금은 느슨하게 파산이 진행됩니다. 오늘은 파산절차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실제 파산절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7장 파산의 경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신청자 개인은 판사가 주재하는 법정에는 한번도 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파산신청을 하게 되면 신청자의 모든 재산은 법원의 소유가 되는데 이 파산재산을 관리하는 일종의 공무원으로서 파산법원은 트러스티(trustee) 한 사람을 지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개 이 트러스티는 파산에 대해 경험과 소양을 갖춘 변호사들 중에 법원이 지정합니다.

트러스티는 신청서에 적힌대로 채무자의 자산과 빚등을 확인하고 채권자들에게 파산신청에 대해 이의가 있는 경우 이를 접수받아 법원을 대신하여 업무를 처리하는데, 실제로 채권자들을 모아서 파산에 대한 사실확인과 이의를 처리하는 회의에 대한 조항이 파산법섹션 341조에 적혀 있기 때문에 이 회의를 흔히 341미팅이라고 합니다. 채무자가 파산의 절차속에서 실제로 한번 참여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341 미팅입니다. 대개 주소지를 관할하는 카운티법원의 작은 사무실에서 모이는데, 예를 들어 시카고가 위치한 쿡 카운티는 실제 파산법원이 있는 다운타운의 연방법원건물의 조그만 오피스에서 341 미팅이 열립니다.

미팅은 파산신청서 접수후 45일에서 2개월 정도 뒤로 잡히는데, 실제에 있어서는 채권자 중 대부분인 크레딧카드회사나 은행에서 이 모임에 참석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파산에 경험이 없는 개인채권자들이 가끔 나오는 경우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하여 실제 이 미팅은 변호사가 동행한 가운데 트러스티가 약 10분정도 신청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간략한 절차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날 모임을 끝낸 뒤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트러스티는 파산법원에 이를 보고하고, 법원은 약 2달동안 이의신청기간을 주고 이 기간 동안에 특별한 점이 없으면 파산승인결정(Discharge Order)를 내고 파산절차는 종결됩니다. 정리하자면 파산은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약 4개월정도 걸리고 법원이 지정한 날에 한 번 트러스티를 만나는 것으로 끝이 나는 것입니다.

한가지 최근에 파산절차상 추가된 요건은 이른바 크레딧 카운슬링입니다. 법원은 아무런 이해 없이 무작위로 개인파산하는 것을 줄여보고자,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기 전과 후 각각 한번씩 신청자가 법원에서 허가받은 크레딧카운슬링 업체로부터 교육을 받고 그 졸업증을 제출하는 것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거창해 보이지만 이것도 실상은 간단한 것입니다. 대개 인터넷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약 1~2시간을 들여 개인의 채무와 재산관계를 정확히 기재하면 개인상황에서는 어떠한 옵션이 있는지 교육결과를 파일로 받게 됩니다. 실제 법원에 들어가는 서류는 교육을 잘 받았다는 종료확인서입니다. 이 교육을 파산신청 전에 한번 그리고 후에 한번 총 2번을 하게 됩니다.

이번주까지 몇주에 걸쳐 채무조정 숏세일 및 파산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다음주부터는 미국인들은 거의 대부분 신경을 쓰면서 준비해 놓지만 우리 한국분들은 무관심하기 쉬운 유언 및 상속신탁 등 이른바 estate planning 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