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상속법상 법정상속의 개념에 대해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유언없이 사망하면 고인의 재산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만약 고인이 남긴 유언장이 없거나, 유언을 남겼더라도 무효가 되었을 경우, 고인의 재산은 일리노이주 상속법에 의해 법적으로 정해진 배분원칙에 맞추어 상속됩니다. 이를 영어로는 Intestacy rule 이라고 합니다. 법에 정한대로 상속된다고 하여 법률용어로는 법정상속이라고 번역합니다.
일리노이주의 법정상속 원칙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상속인으로 배우자와 자녀들이 있는 경우라면, 상속재산의 반은 남은 배우자에게, 나머지 반은 자녀들에게 균등히 분배됩니다. 만약 배우자가 없고 오직 자녀들만 있는 경우라면, 자녀들에게 균등하게 분배됩니다. 만약 자녀 중 사망한 사람이 있다면 그 지분은 그의 자녀 즉 손자녀에게 분배됩니다. 만약 상속인으로 자녀들과 그 손자녀들은 없이 오로지 배우자만 남아 있는 경우라면 상속재산 전체가 그 배우자에게 넘어갑니다. 마지막으로 배우자와 자녀들이 모두 없이, 오로지 어머니 그리고 형제자매가 상속인이라면, 어머니에게 절반이 가고 나머지 절반을 형제자매가 균등하게 상속받게 되어 있습니다. 강조드리고 싶은 것은, 일부에서 잘못 이해하는 것과 달리, 고인이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 않고 사망하더라도 재산이 정부로 귀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만약 이러한 오해가 사실이었다면, 일리노이 주정부가 지금 적자예산으로 허덕일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점은, 고인이 비록 유언을 남겼더라도, 만약 유언장 작성시의 실수 등 어떠한 이유에서든 유언장이 무효라고 결정되면, 고인의 상속재산은 위에서 말씀드린 법정상속원칙에 의해 처리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소재로 다룬 흥미로운 미국영화 하나가 있습니다. 저와 개인적으로 친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영화광입니다. 흑백영화시절의 고전부터, 뮤지컬영화, 필름누아르와 신누아르 영화를 좋아합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분이시라면, 네오누아르 영화중에서 1981년작 바디히트(Body Heat)를 기억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MGM 에서 제작한 영화인데 섹시한 Matty Walker 역에 캐서린 터너가 출연하고, 닳고 닳은 변호사 Ned 역에 윌리엄 허트가 출연하여 술먹기 좋아하고 유부녀들 주변을 맴도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극중 Matty는 Ned 를 조종하여 그녀의 부유한 남편 Edmund Walker 를 사랑의 이름으로 살해하도록 만듭니다.
혹시 제 글을 읽고 이 영화를 보실분들을 위해서 줄거리는 이쯤에서 소개를 줄이고, 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인 Edmund Walker의 유언장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Edmund가 원래 작성해 놓은 유언장에 의하면 그의 상속재산의 반은 부인인 Matty 에게, 나머지 반은 신탁을 통해 그의 어린 조카 Heather 에게 가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Matty 는 절반이 아닌 전부를 원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Ned 의 로펌 편지지를 훔쳐 새로운 유언장을 위조하여 만들어 냅니다. 새 유언장도 Matty 와 Heather 사이에 50대 50으로 상속재산을 주는 것처럼 했지만 Heather 에게 가는 지분에 대한 내용을 일부러 무효가 되도록 꾸밉니다. 그 결과 Edmund의 유언장 전체는 무효가 되고, 상속재산은 마치 유언장이 없는 것처럼 법정상속 원칙대로 처리가 됩니다. 두사람 사이에 자식이 없었던 만큼 Matty 는 유일한 상속인이 되어 원하던대로 재산 전부를 상속받게 됩니다.
영화를 보게 되시면 Heather 의 어머니인 Edmund의 여동생이 모든 재산이 시누이 Matty 에게 돌아가게 되는 걸 알고 짓는 표정을 주목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변호사가 되기 전에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유산상속에 대한 흥미로운 이슈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알고 보니 재치있는 극중대화와 화면구성, 영화음악과 뛰어난 연기에 훨씬 더 깊이 빠지게 되었습니다. 몇몇 로스쿨에서 이 영화가 신중한 문서작성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한 보조교재로 쓰인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혹시 이번주말에 시간이 되시면, 영화 Body Heat 를 빌리고 팝콘을 준비한 뒤, 젊고 아름다운 캐서린 터너의 모습을 즐기시면서 동시에 유산상속법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법을 공부하는 꽤나 쿨한 방법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