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씨는 모든 고용주가 꿈꾸는 직원입니다. 그는 재능있고 부지런하면서도 충성을 다합니다. 지난 20년의 재직기간동안 지각한번 한적없이 늘 기대이상을 해내는 직원입니다. 홍길동씨가 사장 전우치씨의 오른팔이 된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홍길동씨는 회사의 모든 금전관계 일을 처리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제가 나빠지면서 회사도 역시 어려움이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홍길동씨는 충성된 직원으로서 회사가 경제적으로 여려워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감정적으로도 힘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 시점부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홍길동씨가 사장 전우치씨 몰래 회계장부에 숫자를 바꾸어 적기 시작한 것입니다. 수입된 물건의 가치를 훨씬 적게 평가하여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회사는 상당히 많은 절세혜택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몇 년이 흘렀습니다.
큰 한숨을 쉬는 사장 전우치씨의 전화가 저희 사무실에 들어온 것은 바로 몇 달 전입니다. 바로 회사가 IRS의 회계감사 통보를 받고 회사의 재정서류를 제출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홍길동씨는 사장 전우치씨에게 그간의 행위를 자백하였습니다. IRS가 벌금 등 민사책임을 물론이고 회사를 상대로 형사책임도 물을 수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사실 전우치 사장은 홍길동씨의 행위를 알지도 허락하지도 않았던 것인데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요?
먼저 답을 드리자면 그렇습니다. 전우치씨는 홍길동씨의 행위에 대해 이른바 상위자책임 또는 사용자책임(Respondeat Superior) 원칙에 의거하여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 라틴어를 직역하면 “주인이 대답하게 하라(Let the master answer)” 쯤이 됩니다. 이 오래된 법원칙에 따라 고용주는 직원의 과실, 고의, 심지어 범죄행위에 대해서까지도 그 행위가 “고용관계범위(scope of employment)”내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은 어디까지가 고용관계범위인지의 해석입니다. 이 범위는 사실관계에 따라 그 때마다 달리 정해지게 마련입니다. 대개 법원은 이를 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첫째, 행위가 보통 직원에 의해 수행되는 타입의 일인가. 둘째, 행위가 고용주에 의해 허가된 시간과 공간적인 범위 이내에서 발생한 것인가. 셋째, 행위가 적어도 일부라도 회사의 목적을 위해 일어난 것인가.
일리노이주 법원은 직원이 개인의 이익이나 이해를 위해 고용관계와 관련없는 행위를 하는 경우는 고용주가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반대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 한것이라도 직무와 충분히 관련있는 경우는 고용주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직원의 행위 내지 비행이 약하고 정상에서 크게 이탈되지 않은 것이라면 직원은 회사의 업무를 수행한 것이 되어 고용주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고, 반대로 비행이 일반적인 업무수행의 범주에서 상당히 벗어난 경우에만 고용주가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만약 홍길동씨의 행위를 앞에서 말씀드린 세가지 질문에 의거하여 생각해보면 아마도 고용관계범위 이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입품의 가치를 평가하여 보고하는 것은 물론 그가 수행해야 할 타입의 일이었고, 사장이 허가한 시가과 공간의 범위 내에서 발생한 것임은 물론입니다. 또한 그의 행위가 회사의 이익이라는 목적을 위해 수행된 것으로서 홍길동씨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전우치씨는 홍길동씨의 비행에 대해 “주인”으로서 “대답”해야 할 것입니다. 고용주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책임이 따르는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