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글을 쓰기전에 참석했던 한 모임에서 강사가 ‘수박 겉핥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어떤 사안을 깊이 들어가지 않고 대충 겉으로만 내용을 살필 때 보통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수박을 유난히 좋아하는 저는 이 표현을 들을때마다 ‘아니, 그 맛있는 수박을.. 얼른 잘라 먹지 않고 왜 겉만 핥아?’ 라는 엉뚱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요. 수박과 관련된 또 다른 표현중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냐?’라는 재미있는 말도 있습니다. 겉모양을 아무리 꾸미고 바꾼다 하더라도 그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는 이야기겠습니다. 박현주 얼굴에 제 아무리 예쁘게 화장을 하더라도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될 수 없듯이 말입니다.
미국에서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그 대가로 보수를 받으며 두가지 중의 하나의 서류를 받게 됩니다. 고용주의 지시아래 일하는 일반적인 직원의 경우 매달 월급을 받고 연말에 세금보고를 위해 연봉을 결산한 W-2 를 받게 됩니다. 이러한 직원을 법적으로 employee(편의상 ‘고용인’이라 하겠습니다) 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지시를 받지 않으면서 본인의 기술과 지식을 활용하여 독립적으로 일을 해주는 경우 이를 independent contractor (이 단어를 한국법에서는 ‘도급업자’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며 일이 끝나면 보수를 주면서 택스보고를 위해 필요한 1099라는 서류를 발행하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일하는 사람이 employee 가 아니라 independent contractor 로 간주될 경우에는 지난몇주동안 살펴본 Title VII, 최저임금법, 오버타임 임금법, 직장상해법 등 여러 노동법이 해당이 되지 않아 법률의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또한 고용주는 직원이 도급업자로 분류될 경우 Medicare, Unemployment Insurance 그리고 Social Security Tax를 정부에 낼 필요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호박에다 줄을 그어놓고 수박이라고 부르는 일이 미국전역에 퍼져있습니다. 많은 고용주들이 근로자를 법적으로 고용인이 아니라 도급업자로 잘못 분류하고 있습니다. 꽤 많은 고용주들이 본인은 늘 일정한 직원들을 independent contractor 라고 불러왔고 보수를 줄 때도 W-2 가 아닌 1099 를 주기 때문에 그들은 고용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호박(고용인)에다 줄을 그어 놓고(1099을 주며) 수박(도급업자)이라고 부르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 잘못된 분류는 사실 고용인과 저를 포함한 이 글을 읽고 있는 일반납세자 그리고 심지어는 고용주에게도 나쁜 결과를 미칠 수 있습니다. 우선 고용인은 도급업자로 구분이 되면 말씀드린대로 모든 노동법들, 즉 Title VII, ADEA, 최저임금과 오버타임 임금을 다루는 FLSA, 및 직장상해법으로부터 제외되기 때문에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만약 고용주나 고용인 모두 일차적인 세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의로 도급업자로 분류하게 되면 Medicare, Social Security, Unemployment insurance 등을 정부에 납부하지 않게 되고, 이로 인해 정부는 매년 수억 달러를 손해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자인 일반인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고용주도 늘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회계감사 등으로 그동안의 잘못된 구분이 밝혀지면 그동안 내지 않은 세금에다가 거액의 벌금을 납부해야 하며 혹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이나 오버타임을 주지 않았다면 벌금과 함께 이를 돌려주어야 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특히 현재 동향을 보면 고의에서였던 아니던 퍼져있는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막기 위해 고용주에게 강한 처벌을 가하는 법률개정이 연방정부 뿐 아니라 각 주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있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종종 헷갈리기도 하는 직원의 분류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궁금하시죠. 어떤 기준으로 ‘수박’을 ‘수박’이라고 부르고 ‘호박’을 ‘호박’이라고 하는지는 계속해서 다음 주에 살펴보겠습니다.